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치자꽃 설화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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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일 12-07-03 11:11

본문

 

사랑하는 사람을 달래보내고 돌아서 돌계단을 오르는 스님눈가엔

설은 눈물방울 쓸쓸히 피는것을

종탑 뒤 에 몰래 숨어서 보고야 말았습니다.

아무도없는 법당문 하나만 열어놓고

기도하는 소리가 빗물에 우는듯 들렸습니다

밀어내던 가슴은 오리려 못이되어 제가슴을 아프게 뚫는 것인지

목탁소리만 저홀로 바닥에 뒹글다

끊어질듯 이어지곤 하였습니다

여자는 돌계단 및 치자꽃 아래 한참을 앉았다 일어서더니

오늘따라 가랑비 엷게듣는 소리와

짝을 찿는 쑥국새 울음소리 가득한 산길을

휘청이며 떠내려 가는 것이었습니다

 나는 멀어지는 여자의 젖은 어깨를 보며

사랑하는 일이야말로

가장 어려운 일인 줄 알 것 같았습니다

한번도 그 누구를 사랑한 적이 없어서

한번도 사랑 받지 못한 사람이야 말로

가장 가난한 줄도 알 것 같았습니다

떠난 사람보다 더 섧게만 잿빛등도

저물도록 독경소리 그치자 산중도 그만싫어

나는 괜시리 버림받은 여자가 되어

버릴수록 깊어지는 산길에 하염없이 앉았습니다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  박규리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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